역내청)하치만과 유키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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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지독하리만치 소통능력이 낮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도덕적 결벽증을 갖고 있지만, 그걸 표출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데
항상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다 보니 "내가 문제겠지" 라는 생각이 확고한 상태
적극성도 없고, 지적을 받으면 일단 수긍하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밑지고 말지 식으로 회피하려 함.
말 그대로 일시적인 회피기동이다 보니 결국 행동은 안 바껴서 문제지만
근데 유키노는 부잣집 딸내미에 예쁜 얼굴을 타고 났고, 어렸을 때부터 재능도 출중했음.
그러니 어린 시절 한 번씩 거쳐가는 "주변에 맞춰가는" 눈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함.
"나는 맞는데 다들 왜 이러지?" 에서 "역시 내가 맞네", "상대할 가치가 없는 문제는 신경 끄자" 식의 자발적 아싸 루트.
이게 계속 주변에서 지적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차이가 생기게 됨.
하치만은 일단 "뭐가 됐든 내 잘못"이라는 전제가 있다보니 계속 피하고 져주고 도망치다가,
결국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여태까지의 지적을 돌이켜 보면서 뭐라도 답을 찾으려 하거든.
자기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항상 앞서가는 언니와의 격차, 주변의 기대에 따라가기도 버거운데.
이제와서 자기가 잘못했다, 여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왔다는 걸 인정해 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자존심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니까.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고집스럽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 게 아닌가 싶음.
마음은 이미 기울어졌지만, 평생을 거쳐 쌓아온 자아 정체성은 그렇게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일종의 방어기제지.